[中] 잔화
더보기 다섯 시간 전이었다. 맞은편에 걸린 시계가 네 시 반을 가리켰다. 지금은 오전이던가, 오후던가. 타자기 앞에 앉은 젊은 국원의 피곤한 눈이 초침을 좇았다. 평소만큼 돌아가지 않는 머리가 표류한 시간을 되짚었다. 콘크리트 벽이 사방을 둘러싼 이 건물 내에서는 낮과 밤을 가늠하는 것도 수월치 않았다. 처음 여기 앉았을 때가 정오였으니 지금은 아마 늦은 오후다. 장장 네 시간이 넘도록 꼼짝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고개를 숙인 그가 마른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그는 여태 제목조차 붙이지 못한 보고서에 단 한 글자도 적어 넣지 못했다. 손가락 사이로 넋이 나간 눈동자가 책상 끄트머리를 응시했다. 타자기 앞에 뿌리를 박은 듯 앉은 그는 오래도록 갈등하고 있었다. 몇 시간 전에 가까스로 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