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보기 어떤 미래는 노력해도 바꿀 수 없다. 소녀는 침대맡에 앉아 있는 반려견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이미 완전한 일몰이 지난 시각이었다. 불 꺼진 방 안에서 무구한 눈동자가 새카맣게 빛났다. 그 안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던 아이가 긴 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내민 반려견이 축축한 혓바닥으로 뺨을 핥아 주었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하얀 꼬리가 바닥을 쓸었다. 이불 끄트머리를 그러쥐었던 작은 손이 부드러운 털로 덮인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소녀는 곧 몸을 일으켜 짧은 다리로 바닥을 딛었다. 창틈으로 비스듬히 흘러든 달빛이 복도를 비추었다. 발소리를 죽여 아버지의 방 앞으로 다가간 소녀는 닫힌 문 위에 가만히 얼굴을 기대었다. 아이의 머릿속에 괴롭고 난잡한 속삭임이 스멀스멀 흘러들었다. 얼마간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