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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더보기 초인종이 울렸다. 자정을 한참 넘긴 새벽녘이었다. 아내와 딸은 이미 잠든 지 오래였다. 로이드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는 대신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이 방문하기에는 더없이 늦거나, 혹은 지나치게 이른 시간대였다. 이런 시간에 노크조차 않고 대뜸 초인종을 누른 것만 보아도 그 수준의 상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대임이 분명했다. 그는 앉은 채로 시선을 돌려 굳게 닫혀 있는 현관을 바라보았다. 그 사이로 몇 분 가량의 침묵이 흘렀다. 고집스레 입을 다물고 있는 현관 너머의 불청객은 좀처럼 물러가는 기색이 없다. 복도에서 가볍게 발을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로이드는 읽고 있던 신문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가 흐릿한 불빛이 흔들리던 작은 전등의 스위치를 내렸다. "누구시죠?" 로이드는 현관을 향해 나직하..

2차 창작/글 2024.01.11

19N4

더보기 그것은 세상이 천천히 멈추는 꿈이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시계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오후 한 시를 가리킨 채 멈춰 있는 바늘을 눈치챈 것은 그녀뿐인 것 같았다. 봄비를 맞아 떨어지던 나뭇잎은 허공에 걸려 더 움직이지 않았다. 느릿하게 흘러가던 구름도 흐린 하늘에 조용히 고여 있었다. 길고 지루한 한낮의 어느 순간, 세상은 소리 없이 멈춰 버렸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재앙이었다. 꿈속의 그녀는 청사 뒤편의 벤치에 홀로 앉아 있었다. 소름끼치는 정적 속에서 문득 젖은 흙바닥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녀는 멈춘 시계탑으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았다. 돌아보지 않아도 뒤에 있는 것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다가오던 그는 머리 위에 숨결이 느껴질 만..

2차 창작/글 2023.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