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N4
더보기 그것은 세상이 천천히 멈추는 꿈이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시계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오후 한 시를 가리킨 채 멈춰 있는 바늘을 눈치챈 것은 그녀뿐인 것 같았다. 봄비를 맞아 떨어지던 나뭇잎은 허공에 걸려 더 움직이지 않았다. 느릿하게 흘러가던 구름도 흐린 하늘에 조용히 고여 있었다. 길고 지루한 한낮의 어느 순간, 세상은 소리 없이 멈춰 버렸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재앙이었다. 꿈속의 그녀는 청사 뒤편의 벤치에 홀로 앉아 있었다. 소름끼치는 정적 속에서 문득 젖은 흙바닥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녀는 멈춘 시계탑으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았다. 돌아보지 않아도 뒤에 있는 것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다가오던 그는 머리 위에 숨결이 느껴질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