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패 매형처남 2

커튼콜

더보기 초인종이 울렸다. 자정을 한참 넘긴 새벽녘이었다. 아내와 딸은 이미 잠든 지 오래였다. 로이드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는 대신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이 방문하기에는 더없이 늦거나, 혹은 지나치게 이른 시간대였다. 이런 시간에 노크조차 않고 대뜸 초인종을 누른 것만 보아도 그 수준의 상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대임이 분명했다. 그는 앉은 채로 시선을 돌려 굳게 닫혀 있는 현관을 바라보았다. 그 사이로 몇 분 가량의 침묵이 흘렀다. 고집스레 입을 다물고 있는 현관 너머의 불청객은 좀처럼 물러가는 기색이 없다. 복도에서 가볍게 발을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로이드는 읽고 있던 신문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가 흐릿한 불빛이 흔들리던 작은 전등의 스위치를 내렸다. "누구시죠?" 로이드는 현관을 향해 나직하..

2차 창작/글 2024.01.11

[中] 잔화

더보기  다섯 시간 전이었다. 맞은편에 걸린 시계가 네 시 반을 가리켰다. 지금은 오전이던가, 오후던가. 타자기 앞에 앉은 젊은 국원의 피곤한 눈이 초침을 좇았다. 평소만큼 돌아가지 않는 머리가 표류한 시간을 되짚었다. 콘크리트 벽이 사방을 둘러싼 이 건물 내에서는 낮과 밤을 가늠하는 것도 수월치 않았다. 처음 여기 앉았을 때가 정오였으니 지금은 아마 늦은 오후다. 장장 네 시간이 넘도록 꼼짝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고개를 숙인 그가 마른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그는 여태 제목조차 붙이지 못한 보고서에 단 한 글자도 적어 넣지 못했다. 손가락 사이로 넋이 나간 눈동자가 책상 끄트머리를 응시했다. 타자기 앞에 뿌리를 박은 듯 앉은 그는 오래도록 갈등하고 있었다. 몇 시간 전에 가까스로 깨..

2차 창작/글 2023.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