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보기 변덕이 심하기로 새벽녘의 바다를 따라올 것이 있을까. 해군이라는 직업은, 어쩌면 바다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바다 그 자체와 싸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손바닥만한 조각배에 몸을 실은 노련한 정찰병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하늘에서는 이미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거칠게 몰아닥치는 파도 위에서 키를 붙든 몸이 맥없이 흔들렸다. 감이 좋고 몸이 잽싸 정찰병이라는 직책을 얻은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스스로의 감을 지나치게 맹신한 모양이었다. 괜한 만용을 부렸나, 초저녁부터 공기가 눅눅한 것이 심상치 않았는데. 굵어진 빗방울이 하얗게 질린 뺨이며 콧잔등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뒤늦은 후회 대신 그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돛대를 힘줄이 돋도록 부여잡았다. 수영이라면 제법 자신이 있었다. 해군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