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더보기 어느 날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 유리가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어느 느지막한 저녁의 퇴근길이었다. 집 근처의 카페에 들러 저녁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주문하려던 유리는 카운터 앞에서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에그 샌드위치 두 개와 커피 한 잔을 주문하는 그 간단한 한 마디가 입술에 걸려 달싹거리고 있었다. "주문하시겠어요, 손님?" 카운터 직원이 가볍게 채근했다. 유리는 말을 듣지 않는 목울대를 한 손으로 감싸쥐었다.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젊은 여자가 약간의 짜증이 섞인 손길로 어깨를 건드렸다. 느닷없는 상황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보다도 민망한 순간을 벗어나는 일이 먼저였다. 유리는 쩔쩔매다가 결국 도망치듯 카페를 나와 버렸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 집까지 어떻게 돌아왔는지 알 수 없었다...